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헤이그 ICC 압송 배경과 분석

✔︎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헤이그 ICC 압송 배경과 분석

출처 pixabay

1. 개요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압송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큰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ICC 압송 배경과 그에 따른 법적, 정치적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필리핀 정치에 미칠 영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 ICC 압송 배경

2-1. 마약과의 전쟁과 인권 문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과 민병대에 의한 초법적 처형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 단속 과정에서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사망하였으며, 이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2-2. ICC의 수사 개시

ICC는 2018년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초법적 처형과 관련하여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하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에 반발하며 2019년 ICC에서 탈퇴했습니다. 2021년 말 필리핀 당국은 똑같은 혐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ICC의 조사를 회피하려고 하였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대량학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극악한 국제범죄 용의자에 대하여 해당 국가가 소추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2023년 수사재개를 결정하였습니다. 

2-3. 국제사회의 압박

ICC의 조사 개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필리핀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였습니다.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UNHRC)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필리핀의 마약 단속 정책이 국제 인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압력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ICC 압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3. 법적 쟁점

3-1. ICC의 관할권 문제

ICC는 로마규정( 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해 국제연합 외교회의 1998년 로마에서 채택한 규정) 발효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한 국제형사법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 2003년 출범한 인류 최초의 상설 형사재판소입니다. 필리핀은 2019년 ICC에서 탈퇴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로마규정 제127조에 따르면 '당사국은 UN 사무총장에 대한 서면통보에 의하여 이 규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 탈퇴는 통보서에 보다 늦은 날짜가 명시되지 않는 한, 통보서 접수일로부터 1년 후에 효력을 발생한다. 국가는 탈퇴를 이유로 이미 발생한 모든 재정적 의무를 포함하여 그 국가가 이 규정의 당사자이었던 동안 이 규정에 따라 발생한 의무로부터 면제되지 아니한다. 국가의 탈퇴는 탈퇴국이 협력할 의무가 있었던 탈퇴 발효일 전에 개시된 범죄수사 및 절차와 관련된 재판소와의 여하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또한 탈퇴 발효일 전에 재판소가 이미 심의중에 있던 사안의 계속적인 심의를 어떠한 방식으로도 저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CC는 탈퇴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사 및 기소 권한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필리핀 정부는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습니다. 

3-2. 국가 면책특권 vs. 개인 책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재임 중 이루어진 정책적 결정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ICC는 국제 인권 범죄에 대해서는 개인 책임을 인정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로마규정 제27조 에 따르면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ICC 재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3-3. 필리핀 국내법과의 충돌

필리핀 헌법상 자국민을 외국 법정에 송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ICC 압송이 필리핀 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필리핀 내에서 법적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필리핀 정치에 미치는 영향

4-1. 현 마르코스 정부의 입장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대통령은 집권 후 ICC 재가입을 하지는 않았으나 ICC에 협력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결국 국제형사재판소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고 국제경찰인 인터폴의 마닐라지부가 영장을 수령하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ICC에 압송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와 러닝메이트를 이루어 정권을 창출하였으나 최근에 두 가문의 갈등은 최고조로 악화되었습니다. 양 측은 마약 사용과 관련하여 상대 집안을 서로 비난하고 있으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개헌에 대하여 대립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급기야 자신의 정치기반이자 고향인 민다나오를 포함한 일부 남부 섬에 대하여 독립을 주장하고 있고, 필리핀 정부는 분리 독립 주장에 대해 국가 분열 시도라고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4-2. 두테르테 세력의 반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층과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강력히 반발하며 ICC 소환을 거부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내 보수 세력과 법 집행 기관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어,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4-3. 차기 대선에 미치는 영향

두테르테 대통령의 ICC 압송 이슈는 차기 필리핀 대선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려는 세력과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개혁 세력 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5. 결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ICC 압송은 필리핀 국내 정치와 국제사회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법적 쟁점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필리핀의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필리핀 내부 정치의 역학 관계 속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